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를 읽고 쓰는 서평입니다.
먼저 책을 다 읽고 나자 평소에 나는 ‘건축’과 ‘나’를 분리하고 있었다고 느꼈다. 결국 내가 사는 방, 일하는 사무실, 출퇴근 하는 지하철, 보고 다니는 선릉역 근처 건물들 모두 누군가 건축한 것이며, 건축물들은 모두 ‘사람’을 위해 있다는 점을 알고 나니 책의 여운이 더욱 맴돌았다. 나는 무의식
과 유기체
단어가 머릿속에 박혔다.
먼저 무의식
을 얘기해보자면, 내가 보고, 걷고, 듣는 모두가 벽 혹은 사물, 창문에 의해 조절되어 지배당한다고 느껴졌다. 특히 창문과 문 길목의 배치 등으로 개인적인 공간을 분리하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입구에 따라 다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사무실 속 나와 팀의 자리가 바뀌었을 때를 상상해보니 재밌었다. 공간의 디자인을 통해 사람의 행동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아주 매력적인 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다.
유기체
는 사람과의 조화에 대한 얘기다. 아무리 이쁘고, 편한 건축을 했어도 결국 건물과 공간의 의미는 사람으로 완성된다. 사람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 까지가 일반 예술과는 다른 차원의 경지라고 느껴졌다. 만들어질 때 부터 ‘이쁜’ 공간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여야 하고, 실용적이여야 하며, 사람과 주변과 조화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사회는 닭장같은 좁은 단위면적을 가진 아파트에서 다들 살기를 원하지만, 추후에는 한국이 가진 매력과 각각이 가진 개성을 가진 멋진 건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단순히 땅값이 비싸고 넓은 집이면 최고라고 생각한 나를 포함한 독자들을 계몽시키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