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민랩 입사 2년차 리뷰

 

회사 5민랩을 2년동안 다니며 쌓인 생각을 개인적으로 정리합니다.


프로젝트

다른 팀으로 이동하면서 이전처럼 강렬한 감정은 많이 사라졌다. 프로젝트에 대한 애증이나 무력감보다는 무던해졌다. 지금 프로젝트는 해왔던 게임과도 다르고, 내가 공감하는 영역도 전혀 아니어서 제작 과정 중 즐거움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 애정도 쉽사리 생기지 않고, 방관자가 된 기분이다.

나의 상황과 감정과는 별개로 팀은 방향은 잘 잡혀있다. 내가 맡은 일은 잘하고 있다. 이전 팀에서는 콘텐츠를 담당했고, 지금 팀에서도 아웃 게임과 컨텐츠를 담당하게 되면서, UI 기반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했다. 패드 대응+UI 기반 구조는 흥미진진하며 좋은 경험이 됐다.

AI

AI는 새 모델이 나올수록 퀄리티가 점점 상승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파이프라인과 다루는 방식도 확장되고 있다. 사소한 디버깅부터, 리팩토링, 새 기능 설계가지 병렬로 진행한다. 생산성이 2~3배는 거뜬히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일의 범위까지 훨씬 확장됐다.

초기엔 AI를 프로그래밍 어시스턴트 정도로 생각했으나, 제작 파이프라인이 바뀌고 있다. 거모든 영역에서 AI가 직.간접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미 진행중인 회사 프로젝트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느낀다. AI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읽기 쉽고, AI가 수정하기 쉬운 형태여야 한다. AI Driven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진행되지 않고 중간에 migration하기란 대공사나 다름이 없다.

반면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처음부터 AI를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레 Driven한 프로젝트가 된다. AI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해서 프로그래밍에 쓰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줄이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영역에 쏟을 수 있다. 코어 문서를 가지고 컨텐츠, 시스템 기획을 생성하고, 생성된 문서들에서 아트 에셋, 레벨 디자인 등등 여러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다.

학습 목표의 개인 선생님으로도 쓸 수 있다. 사소하고, 검색하기 어려운 것 까지 손쉽게 파악한다. 개인의 목표&상황에 맞는 커리큘럼과 재학습, 검토 등등 학습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임 개발

지난 1년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은 사이드 프로젝트다. 내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되었다. 동시에 현실도 깨달았다. 프로그래머 경력은 약 4년 반이고, 게임 프로그래머 경력은 약 3년 반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게임 프로그래머 = 게임을 만드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게임 프로그래머는 결국 엔지니어다.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 기획을 구현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실현하는 역할에 가깝다.

프로그래밍은 게임 제작에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방향을 정하는 행위 자체는 아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즐거움을 깨달았다. 게임을 만드는 행위를 원한다는 것을 점점 자각하며, 욕심이 생겼다. “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게임을, 생각하고, 기획하고, 방향을 결정하고 ,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다.

AI가 그 욕구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프로그래밍 시간을 크게 줄이고, 기획과 디렉션, 아트처럼 이전에는 직접 다루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정리

1년차 회고가 회사와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면, 1년 6개월차는 프로젝트의 현실과 한계를 마주한 시기였다. 그리고 2년차는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보다 “나는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AI는 단순히 코드를 더 빨리 작성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프로그래밍에 쓰던 시간을 창작으로 되돌려 주었다. 그 덕분에 이제는 프로그래머라는 역할을 넘어, 기획하고 디렉션하고 아트를 이해하며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성장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