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 야생의 숨결(약칭 야숨)의 게임 구조와 핵심 철학을 분석했습니다. 야숨의 특징점과 핵심 순환 구조를 설명합니다.
탐험
젤다의 모든 디자인은 “탐험”을 기조로 구성됐다. 중심점(main pivot)인 탑과 탑 사이를 수많은 이벤트로 채웠다. 이벤트는 철저히 계층이 분리되어 있다. ”탑-사당-코로그“로 이뤄진 계층은 각각 플레이어를 유도하면서도, 각 범위와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반복의 피로감을 최소화했다.
레벨 디자인은 언제 어디서나 이벤트가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게 조절됐다. 플레이어는 정상에 오르면, 탑을 2,3개씩은 꼭 발견하게 된다. 탑에 올라가면 사당은 한두개밖에 안보인다. 그 마저도 탑을 올라가는 여정에선 사당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변 지형으로 사당을 아래에선 안보이게 한다거나, 특정 시야각에서만 보이도록 제한했다.
일부 시스템은 탐험을 방해하지 않도록, 간소화된 방식으로 구현됐다. 특히 요리는 일반적인 RPG보다 훨씬더 간소화됐다. 재료의 카테고리와 특성으로만 요리된다. 깊이감은 어쩔 수 없이 부족하지만 덜어냄으로서 단순한 재료의 효과만이 남아, 게임 몰입의 흐름을 깨지 않았다.
월드는 즐거운 경험으로 가득하다. 망원경으로 다음 행선지를 정하고, 새로운 생물 혹은 물체를 발견해 재빨리 시커-카메라로 도감을 채운다. 플레이어는 정글, 눈, 사막, 화산 등등 다양한 스타일의 지형을 탐험하고, 이에 맞는 월드 상호작용도 경험한다.
전투
내구도를 적게 만들고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몬스터를 잡게 유도했다. 스킬 버튼을 별도로 두는 대신, 홀드로 바꿔서 새로운 무기를 발견할 때마다 스킬을 시도해봤다. 몬스터의 패턴과 종류는 단순해서 게임이 지속되어도 몬스터를 잡고 무기를 교체하는 과정은 귀찮아졌다. 무기 또한 디자인이 달라졌을 뿐 개성은 없었다.
요리 시스템의 부족으로 몬스터 드랍 아이템도 애매해졌다. 반복적인 전투 스타일은 몬스터를 피하게 됐고, 사용할데 없는 아이템과 재료들은 쌓였다. 쌓이는 재료를 소비할 수단으로 몬스터상점(킬튼)이 있다. 하지만 낮은 접근성, 판매 아이템은 개성이 약해, 킬튼은 재료의 소비처가 되지 못했다.
초중반 경험 새로운 적과 무기를 발견해내지만, 이후로는 비주얼과 데미지/체력만 바뀐 적과 무기들 뿐. 갈수록 전투 스타일은 단일화됐다. 기대감은 식었다.
퍼즐
플레이어에게 능동적인 퍼즐의 풀이를 맡긴다. 사당에서 플레이어는 시커스톤의 도구와 온도, 바람과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월드에서 보물상자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당을 발견하는 데에도 이런 퍼즐은 유효하게 먹힌다.
제작사가 정한 한가지 해답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상상하는 여러가지 경로를 시도해보는 것이 엄청난 자유도를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물리 법칙은 몬스터를 잡을 때와 신수를 잡을 때, 퀘스트를 진행할 때 여러모로 시커스톤을 활용한 여러 기술을 체득한다.
퍼즐의 핵심인 사당은 클리어하지 않아도 체크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다(어차피 거의 모든 플레이어는 사당을 완료하겠지만, 강제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부담이 적어졌다). 보상보다 푸는 과정이 재밌어서 사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후반에 와서 사당의 보물 상자는 특별한 보상을 전혀 주지 못했고, 사당을 찾아다닌 관성만이 사당을 찾을 유일한 이유였다.
핵심 순환
하지만 탐험을 이끌어나갈 보상 체계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당은 체력을 높여주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게임 후반부 경험에서는 새로운 지역을 가더라도 새로운 보상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아 가지않은 지역도 심지어 있었다. 흥미진진한 탐험의 요소는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떼면 흥미로운 곳으로 금방가지만, “탐험을 해야할 이유”는 월드에 대한 호기심 외에는 없었다.
순전히 플레이어의 감정에 맡기는 탐험의 동기는 어쩔 수 없이 유효기간이 짧다. 야숨은 뻔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어서(공주를 구하는 용사) 다른 게임에선 메인 퀘스트와 내러티브가 최소한의 안전 장치 역할을 해주지만 야숨은 아니다.
“전투”라는 핵심 시스템이 약하니 핵심 순환이 무너졌다. 상대적으로 보조하는 시스템인 “경제”과 “요리”마저도 전투가 망가지니 부족한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요리 혹은 포션으로 그나마 전투의 변주를 줄 수 있었으나, 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
내가 느끼는 탐험의 재미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정의 경험을 모두 포함한다. 게임에서 적을 만나고 적들을 무찔러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 경험이 피곤함으로 오염되면서 부터 재미가 반감됐다.
감상
그럼에도 탐험과 호기심이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어서, 게임을 중후반까지 이끌 힘은 충분히 남아있다. 경험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플레이어를 방해하거나 제약하는 것은 전무하다. 치밀하게 설계된 레벨 디자인, 생기 넘치는 월드, 자유로운 상호작용 시스템 이 모든 것들이 잘 버무러져서 자유로운 탐험의 경험을 최대한 깎은 걸작이었다. 플레이를 끝마치고 나선 좋았던 장면들을 곱씹고 여운에 잠기게 됐다. 푸른초원을 말과 함께 달리기, 고생 끝에 산위에 올라 내려다 광활한 세상을 내려다 보는 경험은 마치 현실에서만 줄수 있는 “자유로움과 상쾌함”을 느꼈다. 이 주제에 대해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젤다 야숨만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