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민랩 회사 생활 1년 6개월을 맞아, 지난 리뷰 이후 변화된 생각들과 현재 상황을 정리한다. 이 글은 그중 “프로젝트” 에 대한 내용이다.
근본적인 문제
이전 리뷰에서는 “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 접근 권한의 벽
- 바텀업과 생각의 동기화
- 프로세스의 복잡도 위 문제들은 포스트모템과 문화를 바꾸면 어떻게든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해소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대표가 PD를 맡고있을 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회사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사람이자 변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은 대표다. PD만이 할 수 있는 결정을 설득시키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근본적인 문제 말고도 당연히 문제들은 많이 있고, 생겨난다. 하지만 쟁점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팀”인가?’;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른가?.
PD가 거의 모든 힘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다루지 않는(혹은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문제들은 고스란히 쌓인다. 특히나 직접 문제를 다루기보다 역할과 책임을 넘기고 해결되길 기다리는 스타일 같다.
견제와 개선
PD, PM, 각 파트 디렉터는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견재/개선해나가며 유기적이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PD를 개선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외부를 제외하면). PD에서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는 없어졌다. PD와 대표를 바꿀 수는 없기에, 문제는 파생되며; 쌓인다. 그때부터 우리 팀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 잃었다.
각 파트 디렉터/팀장은 힘을 잃어버리고, 유기적인 관계는 동맥경화가 발생했다. 모두가 대표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사 결정의 계층이 생겼으며, “조율”은 불가능하다. 모든 피드백과 리뷰는 +로 이어지지 않으며, 해소되지 않는 문제는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이와 별개로 PD 역할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아마 대표와 PD가 분리됐었다면, 진작에 프로젝트는 접혔을 것 이다.
PD는 프로젝트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왜냐면 자기 프로젝트니까). 원래는 대표가 진행상황과 결과물에 대해 평가하고 PD를 견제를 해야한다. 혹은 힘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라도. 하지만 우리 프로젝트를 객관적으로 봐주고 변화시킬 힘이 있는 사람은 한명 없다. 대표의 멈추지 못하는 트럭에 강제 탑승됐다. 특히 PD가 디렉션을 잘 못하는 상황이라 재앙이다.
불가능한 출시
2년이 지나도록 개발은 했는데도, 게임의 내실은 쌓이지 않았으며, 분기 단위로 우리는 만들었던 것을 갈아엎고 다시 만든다. 특히 게임의 분량으로만 본다면 나날이 적어지고 있다(_왜냐면 기능들의 찌거끼만 남아서 더욱 무거워지고, 망가졌다). 근데 내년에 출시를 하고, 두달뒤면 가출시를 해서 지표를 봐야한다. 정말 납득할 수 없다. 몇몇 사람들은 미래에서 지뢰를 찾고 피해가는 법을 알았지만, 게임 제작자들에게 남은건 잡초하나 없는 월드 뿐이다.
이래왔던 우리에게 얼토당토 없는 일정이 정해졌다. 집단적 무기력과 패배주의가 만연한 상황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지금 규모의 팀에게 방향성을 동기화하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빌드(결과물)이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행적들의 결과는 “우리는 빌드(결과물)을 제일 못만든다”이다. 모순적인 개선 방법에서 어떻게든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한다.
분위기
처음 프로젝트에 들어왔을 때는 너무 즐거웠다. 모두가 “우리의” 게임을 만든다고 느꼈다. 눈에 생기가 넘쳤고, 어떻게하면 더 재밌을지 신나게 떠들었다. 우리와 나의 작품을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각자마다 완성된 미래의 게임을 상상했으며, 마음과 시간을 바쳤다.
지지부진한 진도와 프로젝트&팀의 문제는 쌓였고, 모두 죽은 눈으로 일한다. 프로젝트의 재미를 논한 것이 언제쯤인지 가물가물하다. 게임이 잘되길 바라긴 커녕, 우리가 멈출 수는 없으니 차라리 망했으면 하는 사람도 생겼다. 각 구성원들의 의지는 바닥나고, 지쳤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도 게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재밌는 게임을 만들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새삼 나도 절망했지만, 주위의 눈마저 생기를 잃어 지옥에 온 것 같다.
하지만 옮길 수 있는 다른 팀이 없는 상황, 매몰 비용, 로또와 같은(확률이 매우 낮다) 기대감이 합쳐져; 구성원들은 퇴사하지 못하고 정체됐다. 그럴수록 새로 추가된 인원들은 암울한 분위기에 오염되어 더욱 무겁고 느리고, 답답한 조직이 됐다.
과도한 매니지먼트
진행이 되지 않기 시작하자 오히려 매니지먼트를 늘렸다. 이미 근본적으로 프로젝트의 활기는 시들었고, 남은 부분을 보강하려 한다. 매니지먼트를 늘리지 않으면 아예 멈춰버릴 지경이기에 늘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개개인들은 간섭과 답답함을 느낀다.
결론
나는 우리 팀의 해결 불가능한 근본적인 문제와 그 외에도 해결 못한 치명적인 문제가 여러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맥락 위에서 진행하는 우리 프로젝트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무가치한 과정이라고 단정했다. 집단적 무기력과 답답한 상황을 가진 지금 프로젝트는 망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는 깨졌고, 미래와 개선 방향에 대해 절망을 느끼고 있다. 스트레스는 누적되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니 상황을 벗어나려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