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1917

 

영화 1917


이동진 파이아키아 ‘나도 영.잘.알’ 유튜브에서 연출을 설명으로 들면서 1917이 소개된 것을 보고 영화를 시청하게 되었다. 강의를 들은 바로 당일 영화를 시청하게 되어서, 초반에는 영화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연출을 더 의식하게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정신차렸을 때는 영화에 100% 몰입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상 인물과의 관계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영화가 내뿜는 연출적 긴장감과 묘미를 잘 느껴졌다. 화면을 위 아래로 반잘라 고요하고 평온한 듯이 보이는 하늘과 주인공이 임무에 나서는 전쟁터의 삭막한 긴장감이 대조되고 섞이면서 알수없는 기시감을 만들어 낸것 같았다. 그런 기시감이 나타날때마다 ost의 흐름이 바뀌며 신에 몰입한것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적군의 참호에 침투하고, 아군의 참호를 넘나들며 ‘아군’을 헤쳐나가는 것이 전쟁에 나가 죽을지도 모르는 아군을 필사적으로 훼방을 놓는 듯 했다. 특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적군을 향해 돌진하는 아군들을 가로질러 시청자(화면, 카메라)를 달려오는 장면은 속으로 제발이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전쟁을 막는 참호/안전지대와 평행하게 달리는 주인공이 전쟁을 막기위해 필사적으로 뛰는 것이라는 리뷰를 봤는데, 정신이 탁 트이는 명장면의 한줄평인 것 같다.

농장의 어린 체리나무 향기를 맡던 블레이크가 살아있던 때, 영화를 다보고 나니 체리 나무와 꽃잎의 메타포가 강렬히 남는다. 블레이크가 “체리를 맺고나서 다 썩는다”라고 했던 것이 한창 꿈을 펼치고 열매를 맺을 시기에 전쟁이라는 곳에 끌려온 청년들이 나라를 위한 거름으로 썩는다는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독일군을 피해 강에 휩쓸렸던 주인공은 체리 꽃잎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죽은 나무와 시체들 위로 체리 꽃잎이 흩날리고, 주인공이 이것들을 것를러 올라갔던 장면도 떠오른다. 강에 떨어졌던 체리 꽃잎은 전쟁이라는 바람에 휩쓸린 군인들을 나타내고, 꽃잎들을 거슬러 더 다른 군인들이 안타깝게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올라와 슬픔에 빠지는 신에서는 죽기 직전의 공포, 전쟁상황의 안타까움, 블레이크의 미안함이 공존하며 탄식을 자아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전쟁은 한명이 살아남을 때 까지 하는 것이”라던 중령의 말이 아직도 많은 사람의 목숨을 바람에 휩쓸린 꽃잎처럼 앗아가는 것이 안타깝다.